하나 둘씩 다가온다고 생각했었다
이것저것 있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여러 가지 일들
두려움이 현실이 된 후에 의외로 잘 견디고 지나간 것도 있고
절반쯤만 다가왔다 물러난 것도
현재진행형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들도 있다
예전에 쓴 글들을 보니
내가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상상한다고 상정해도 될 것 같다
내가 그것을 생각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나한테만 그런 일들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될 일이었는데 내가 워낙 생각이 많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백만 가지 천만 가지 상황을 꼽아봤어서
꼭 내가 생각했던 적이 있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라고 느꼈다고 결론을 내는 것이 좋겠다
내가 감이 좋고 무슨 예지력이 있고 하는 게 아니고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잘 모르겠고
그렇게 믿으면 그렇게 된다는 말도 잘 모르겠다
암센터에서 보면 그럴 사람은 그렇게 되고 안 그럴 사람은 그렇게 안된다
오만 지랄을 해도 거기서 죽을 사람은 죽고
안 죽을 사람은 또 다른 오만 지랄을 해도 죽지 않는다
알고 있다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걸
앞으로의 내 상태에 대해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그런 생각하지 말자고 자책하는 일도 그만두면 좋겠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그만두자
이 다음에 생각할 일은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 사이의 중재일 것 같다
사실 매일매일을 꽉차게 살면 좋겠지만 나는 천성이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렇게 살아가려면 이렇게 일상을 보내는 나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인정해야 한다
그걸 부인하면 오히려 매일을 낭비하게 된다
사실 일부러 시간을 낭비하고 눈과 몸을 혹사시키기도 한다. 일종의 denial임을 나도 안다
잘 모르겠다
영영 유보하게 되기 전에
시간을 정해둘까 싶다
그냥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젊음을 아름답게 즐기는데
나는 무얼 하고 있나 생각하면
그게 제일 힘들다
나는 나만의 행복을 찾아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내 마음은 왜 채워지지 않을까
다행히 나를 그렇게 많이 다그치지 않고 사랑해주는 좋은 가족들을 만났는데도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는 항상 있어왔지만
결코 그 괴리가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지는 몇 년 안 되어서
아직도 속이 쓰리나보다
이상이 계속 피치 못할 타협을 통해 믿지 못할 만큼 하향되고 있다는 사실도
예전의 나는 상상조차 못했었던
어디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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